신기한 목탁소리
글: 한승원, 그림:김성희
2013년 1월, 보림

Magical sound of Moktak
(Moktak:traditional wooden gong for meditation)
text:Seung Won Han illustration:Sung Hee Kim
Jan.2013, Borim press

-published in Chinese by CCPPG
神奇的木鱼声

 

글을 처음 읽었을 때 마음에 들어서 작업하게 되었다.
고지식하지만 바른 마음을 가진 한 늙은 스님에 관한 이야기이다. 스님은 듣지 못한다는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상관없이 정성을 다해서 청명한 소리를 내는 목탁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마음을 담아 만든 목탁은 여느 목탁과는 다르게 그것을 듣는 사람의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탐을 내고 빨리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하지만 스님은 아랑곳 하지 않고 언제나처럼 차분하게 목탁을 만들 뿐이었다.

그림책 작업에 대해 잘 모를 때 디지털작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두 직접 목판을 파내고 물감을 만들어 찍어냈다. 그래서 작업 시간만 2년여가 걸렸는데, 그 2년여간 밥만 먹고 그림만 그렸다. 뭐.. 그 전에도 그렇게 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 작업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이 작업은 정도를 걸어가며 완성됐다고 해야 할것 같다. 목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라서 경상남도 거창의 산골 목탁장인을 찾아가서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보고, 스케치를 구상하고, 목판을 만들었다가 맘에 안들면 다시 파고, 또 파고, 또 파고, 그랬다. 각 그림은 4가지 색으로 분할하고 겹치는 효과를 계산해서 다양한 색깔이 나오게 했는데, 물감의 투명도와 건조정도에 따라 겹치는 색깔이 달라져서 그걸 맞추려고 연구를 참 많이했다. 그러다 내가 생각한대로의 색깔과 분위기를 내는 그림을 완성했을 때의 희열은 참.. 좋았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디자인적으로든 그렇게 독특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워낙 고민도 많이하고 정성을 쏟은 작업이라 시간이 흘러서 다시 봐도 좋다. 그리고 내가 마음을 들인만큼 내가 좋은 일들도 많이 줬던 고마운 책이다.

출판되는 책은 옵셋으로 찍어서 원화의 색감이 죽어버려서 아쉬웠다. 언젠가는 목판으로 직접 찍어내는 아트북을 만들어 내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모든 목판들을 다 가지고 있다. 그런 날이 올까? 이사할 때마다 정말 들고다니기 힘들지만.. 그래도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자신의 장애를 뛰어넘어 세상에 선물을 주는 사람.
비바람이 불어도 꿋꿋하게 자기의 신념을 지키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나는 지금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묻게 된다.

2017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