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_동박새

Migration. ‚이주’와 ’새’라는 전시 주제를 들었을 때, 문득 동박새가 떠올랐습니다.
동박새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겨울의 동백 나무에서 볼 수 있는 조그만 새입니다.
그 몸집이 작아서일까요?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놓고 다른 새를 모두 그 밖으로 쫓아내는 몸집이 큰 새들과는 달리 동박새는 여러 마리가 무리로 함께 지낸답니다.

춥고 힘든 겨울날, 동박새들은 동백나무 숲에서 여럿이 함께 동백꽃의 꿀을 빨아 먹으며 열매를 맺게 도와주기도 하고, 숲을 아름다운 노래로 채워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겨울에 따뜻한 남쪽지방의 동백숲에 있노라면 동박새들의 활기에 봄이 벌써 찾아와 문 밖에서 똑똑 두드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동백꽃이 붉게 피고, 동백잎은 사시 사철 초록이어도 겨울은 겨울이고, 남쪽지방에도 찬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동박새들은 조용히 서로 날개를 맞대고 나무줄기에 모여앉아 서로의 체온을 나눕니다. 동박새가 몸집이 크고 강해서 다른 새들을 다 내쫓아버렸다면 혼자서 마음껏 먹이를 먹었을지는 몰라도, 겨울 바람은 견딜 수 없었을 것입니다. 혼자서 견뎌내야 하는 찬 바람은 북극의 바람보다 매섭겠지요.

세상에는 보다 나은 삶을 찾아서 익숙하고 정든 고향을 떠나 먼 곳으로 옮겨가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난민들은 원하지 않았음에도 고향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그 곳이 더이상 평화롭지 않고 안전하지 않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매서운 바람을 피할 가지를 찾지 못한 채 세상의 많은 어른들과 그리고 어린이들이 고향을 떠나 힘겹게 날고 있습니다.
세상의 정착할 곳을 찾는 많은 난민들을 위해, 전세계 일러스트레이터가 마음을 모아 <마이그레이션스> 전시가 시작되었습니다.엽서 한 장, 그림 한 점이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작은 동박새가 함께 모여 시린 겨울을 나듯, 이 전시를 통해 많은 분들이 난민에 대한 의식을 고취할 수 있기를 바라며, 더 나아가 뜻을 함께 해주시는 그 시작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